2007년 최고의 TV에니메이션으로 칭해지는 그렌라간.
흔히 말하는 열혈로봇(겟타, 가오가이거 등)의 맥이 끊긴지 한참 지난시점에 나와서 더욱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그렌라간은 단순히 열혈로봇물로 볼수 없다.
그것은 2부 이후의 방향성의 변화 때문이다.
1부의 경우 전형적인 열혈물이라고 할 수 있고나선력의 설명같은게 약간 부족하긴하지만 정말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그런데 여기에 이어지는 2부. 말하자면 동화에서 용사가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출해서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줄 알았는데 약간 성인취향의 뒷얘기가 펼쳐지는 격이다. 1부로 끝난다면 이런 저런 설정을 어떻게 해석해도 그냥 팬의 놀거리라고 무시할 만한 나이지만 2부 때문에 조금 심각해 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인이 나로서는 한국의 근대사조차 떠올리게 되는것이다.
다시금 1부의 내용을 살펴보자.
나선왕의 핍박으로 지상의 인간들은 그야말로 근근히 목숨을 이어가는 형편이다.
시몬의 마을의 경우 땅파먹고 사는 현실에 안주하고 위(이상,꿈)를 향할 생각조차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시몬의 마을을 사정이 좋은편으로 요코의 마을은 죽지못해서 지상으로 올라와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싸우고 있고 로시우의 마을은 생산할수 있는 식량이 빠듯해서 사람이 하나 늘어나면 누군가는 죽어야할 형편이다.
이러한 마을출신이 주인공들은 '용기와사랑'만으로 도저히 불가능할 듯한 시련을 뚫고 나간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실현하는 이들을 보고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달은 다른이들도 동참하게 되고 최대의 시련을 극복하고 번영을 이룬다. 끝까지보면 알겠지만 에니에서는 초반의 마을의 상황을 단지 안타까움으로 볼뿐 악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다. 뭔가 필이 오는게 없는가? 모르겠다고 그럼 일단 2부로 넘어가보자.
2부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시작된다.
나선왕을 물리친 자리에는 마을이 들어서고 북적이는 도시가 되었된다. 그렌단은 요직을 한자리씩 꽤어차고 있지만 관료의 자리는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였다. 단지 로시우만이 그 위치에 적응해서 새로운 세력을 형성했을뿐.
그렌단은 이미 '구시대'의 존재. 번영의 '새시대'에 어울리는 존재가 아니였던 것이다. 그들은 서서히 도태되고 '구시대'의 상징 시몬은 '새시대'의 로시우에 축출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그런 찰라에 또 다시 인류에 위기가 닥친다.
그 상황을 타게한것은 로시우의 '정치'가 아닌 시몬. '용기와 사랑'였다. 다시금 구세대의 덕목이 인류를 위기에서 구한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고나서 구세대는 시대의 저편으로 퇴장하는 것이다.
2부까지 보고 난 나로서는 1부의 상황에서 전후의 피폐함, '하면된다'는 구호아래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한강의 기적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었다. 일본의 경우 대전이후 피폐함과 극복은 유사한 경험이라고 볼 수 있을것이다.이렇게 보면 2부의 내용은 이제와서는 촌스러운 존재가 된 '용기와 사랑'(한국식으로는 하면된다?)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원동력임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2부의 주적으로 등장하는 안티스파이럴. 그 정체는 사실 진보할만큼 진보한 나선족이였다. 나선력의 사용이 우주의 재앙-스파이럴 네메시스를 초래할것을 예상하고 자신을 봉인하고 다른 나선족을 핍박한다. 시몬은 스파이럴 네메시스도 극복하겠다며 나선력을 해방시켜서 안티스파이럴을 물리친다.
나로서는 핵무기 개발하고 화석연료 쓸대로 다써놓고 이제와서 하지 말라고 후진국에 압력을 넣는 선진국들이 떠올랐지만 그보다는 높은 경지에 올랐으나 스스로의 한계에 걸려서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존재로 보는게 더 알맞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는'용기와 사랑을 가슴에 품고 어떠한 역경이 온다해도 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한다' 정도가 아닐까.
뭐 작품내에서 끊임없이 진화한다고 떠들어 대니 이리 길게 쓸 필요도없는 일인가-_-;
대책없이 '하면된다' 분위기를 풀풀 품기는 작품이라 개발독재시대가 있었던 나라의 백성으로감상이 좀 복잡미묘하다. 특히 개발만능주의자들이 집권한 지금에 와서는.
2부에 들어서 1기의 활약멤버들이 도태되고 (결국 대활약하기는 하지만) 엔딩에서 뒷선으로 사라지는건 개발시대의 정신이 소중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금에 안맞는다는 의미로 해석될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큰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듯하다.
아무튼 그렌라간이 명작이라는 칭호는 오래 이어질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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